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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오피니언) 도시가 디자인이 필요해?_2015. 5. 7

작성자유니디자인 등록일2022.06.27 조회수1269

[천자춘추] 도시가 디자인이 필요해?
Main page > 오피니언 승인 2015.05.07 저작권자 © 경기일보



어느 곳에나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는 그 지역에서만의 느낌이 있다.
몇 천 년 동안 내려온 건축물이나 그 지역에서 나는 천연재료로 만든 것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느낌과, 사람이 살면서 주변 환경과 어울려져서 생겨나는 온갖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그 지역만의 느낌으로 나타나게 된다.

처음 도쿄에 갔을 때, 서울처럼 빌딩들과 상가들이 늘어서 있는데도 어딘가 모르게 깨끗한 느낌을 받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더니 건물의 크기에 비해 간판이 별로 없음을 알았다.

밀라노에 갔을 때는 건물의 벽과 다리에 그라피티가 수없이 많고 사인처럼 똑같은 표식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기도 하여 왜 그런지 관광안내원에게 물었다. 그라피티 하는 작가들이 일종의 영역 표시처럼 그림을 그러고는 표시를 하는 것이고, 그렇게 여기저기 그림을 그리는 것도 도시의 한 문화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내버려 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곳에서 벽화나 그라피티를 그리는 곳이 있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왠지 래커 들고 건물에 뿌려댔다가는 누군가 와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할 것 같다.

아시아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인천은 처음 오는 방문객들이 과연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낯선 도시에 가면 약간은 익숙지 않은 풍경에 호기심을 가지고 거리를 다니면서도 그 도시의 면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기억하려고 자세히 보게 된다.

서울만 하더라도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 거리의 안내 표지판 같은 곳에 통일되고 일관성을 느낄 수 있는 전용서체가 있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에서 반복해서 보다 보면 그 글꼴과 색상에서 느껴지는 어떤 일체감이 그 도시의 정체성으로 다가온다.

도시인의 삶의 질과 만족도가 높고 그런 자부심이 표출될 때에 비로소 관광객이 늘고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시민들의 안목은 높고 요구사항은 다양하다. 생계 이외의 문화적인 요소나 도시의 인프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인천의 재정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요소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도시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기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은 하되 시민과 전문가 집단, 학교 등에서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일이다.
기관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집적시켜 잘 시행할 것이지만,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지자체 단체장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의지에 따라 행정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임미정  유니디자인경영연구소장